2009년 11월 06일
[선덕여왕]삼경애-1
* 1이 있다는 건 2도 있다는 소리.
* 단지 언제 쓸지 미지수라는 게 문제:9
* 손나 퓨어한 비덕임. 난...........원래 이런 걸 쓰던 인간이라규. 다~~~~~~~~~~~~~~~~~~크한 비담을 썼던 건 아니란 말야!!!!
* 근데 내가 말하니까 설득력이 없어. 아~망했어요.
* 아 그런데 월유 애절은 언제 쓰지...?
* 비담이의 절규는 최근 내가 가장많이 하는 말. 미~~~~~~~친~~~~~~~~~~~거 아냐!? 이 말이 참 마음에 들더라.
비덕팬픽 - 삼경애(三更愛)(1)
덕만은 첨성대 건축과 관련된 자료들을 살펴보았다. 역에 동원된 인원은 얼마나 되는지, 또 그들은 어디서 징집되었는지, 진행상황은 어떠한지 빼곡하게 적힌 것들을 읽고 또 읽었다. 한치의 허술함도 용납되지 않는 일인 만큼 덕만도 신중을 기하고 있었다. 월천대사도 이 건축에 혼신을 다하는지라 며칠 째 밤잠을 설치며 일하고 있다고 하니, 그녀도 쉴 수가 없었다.
눈이 침침해올 쯤이 되어서야 덕만은 현재 시각이 어느쯤 되었는지 확인할 여유가 생겼다.
'삼경(밤11-1시)쯤...이려나?'
상당한 야심한 시각까지 자료를 살피고 있었던 듯 싶었다. 삼경이 되서야 겨우 돌아볼 여유가 생기다니 몰입해도 너무 몰입했다. 덕만은 방을 밝히고 있는 등에 손을 가져갔다. 그 안에 들어있는 초도 거의 다 녹아내려 곧 꺼질 듯이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었다. 덕만은 침침한 눈을 감았다 뜨길 반복하며 뻑뻑함을 없애보려 애를 썼다.
그러던 중, 밖에서 아른거리는 그림자가 하나 있었다. 그 그림자는 창가에서 서성이면서 이쪽에 기미를 보낼까 말까 고민하는 듯 움직이고 있었다. 꼭 사모하는 여인네의 집 앞을 서성이는 사내마냥 안절부절 못한 모습에 덕만은 슬며시 미소가 지어졌다.
"으흠, 흠!"
일부러 헛기침을 하며 무슨 말을 하려는 폼을 잡았다. 그러자 밖에서 서성이던 그림자가 딱 멈추었다. 들어설 용기가 생긴 걸까, 아니면 더 긴장한 걸까. 부동자세로 서 있는 그림자를 보며 덕만은 등을 들고 창가로 다가갔다.
"할 말이 있으면 들어와서 하면 될 것을 거기서 무얼하느냐."
이 말에 순식간에 그림자가 아른거리더니 사라져버렸다. 혹시나 간 걸까 싶은 마음에 덕만은 창을 열어보았다. 종이를 바른 창인지라 그림자만 보이는 것이어서 밖에서 무슨 행동을 하는지는 전혀 알 수 없는 탓이었다.
"들어와서 하라는데도...풋, 거기서 뭐하는 것이냐."
덕만은 창을 열고 밖을 확인하다 저도 모르게 실소를 머금고 말았다. 창 바로 아래에 쪼그리고 앉아있는 비담이 있던 탓이었다. 비담은 덕만을 보며 난처한 듯 씨익하니 웃더니 벌떡 일어섰다.
"그냥...뭐, 지나가다가 들렸습니다."
"지나가다 들렀으면 들어오지 않고. 여름이라 하여도 밤은 차다."
"그거야~...아, 그렇긴 하네요."
비담은 히힛하니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천상 야인처럼 예의라곤 없는 행동거지였다. 허나 덕만 자신도 공주가 된지 얼마 되지 않으니 행동에 품위가 부족하긴 마찬가지였다. 덕만은 등을 창가 옆에 내려놓고 몸을 슬쩍 내밀었다. 비담의 얼굴이 좀 더 가까이 보였다. 어째서인지 비담이 조금 긴장한 듯 싶었지만 그런 사소한 것은 그저 지나칠 뿐이었다.
"무슨 일이냐? 혹, 내게 할 말이라도 있는 것이냐."
"아뇨, 아닙니다. 뭐...그냥."
"그냥? 지나가다 들렀다는 말은 아까 했다. 내 눈에는 그냥이 아닌 것 같은데, 내가 틀렸느냐?"
덕만의 물음에 비담은 할 말을 찾는 듯 싶었다. 한참을 망설이던 그는 덕만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삼경, 야심한 시각이라 궁을 돌아다니는 이는 경비를 돌고 있는 병사들 외에는 없다고 해도 좋을 시각이었다. 때문에 들리는 소리라고는 부는 바람에 나부끼는 풀잎과 나뭇잎이 만들어내는 사각이는 소리, 때때로 울리는 풀벌레들이 짝을 찾는 소리, 혹은 달이 서산을 넘어 만날 수 없는 제 님을 만나기 위해 움직이는 소리 정도 뿐이었다. 은밀하게 움직이는 그 소리들 사이에서 비담은 덕만의 양쪽 뺨을 자신의 손으로 살짝 잡았다.
그리고.
입술 위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피곤하신데 힘내시라는 의미에서. 뭐, 가벼운 무례라고 생각해주세요."
비담의 예측하지 못했던 행동에 덕만은 눈을 놀란 토끼마냥 동그랗게 뜨고 굳어 있을 뿐이었다. 덕만이 아무런 반응 없이 굳어있자 비담은 헛기침을 좀 하더니 그대로 뒤돌아서 후다닥 달아나버렸다. 멀리 사라지는 뒷모습에 보이는 귀는 오랫동안 찬 곳에 있었던 탓인지 좀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비담이 안 보일쯤이 되어서야 덕만은 퍼뜩 정신을 차렸는지 주변을 돌아보았다. 주위에는 이미 아무도 없고 그녀 자신만이 창가에서 멍하니 정신을 놓고 있었다. 덕만은 창을 닫을 생각에 몸을 지탱하던 팔을 들려다가 헛짚고는 잠시 휘청였다. 그러나 곧 창틀을 잡으며 창문을 누가 볼 새라 꼭꼭 닫았다. 창문을 완전히 닫자 아무도 없는 자신만의 방이 되었다. 덕만은 양쪽 귀를 잡고 그대로 주르륵 벽에 기대어 미끄러졌다.
"어, 어어?"
말이 말이 되어 나오지 않았다. 너무 당황한 나머지 그녀는 할말을 찾다가 가장 처음 내뱉은 말은 하나였다.
"뭐, 뭐였, 히끅!"
이게 도대체 뭔가 싶어 정의를 내리려다가 저도 모르게 딸꾹질을 하고 말았다. 이제 자야할 시각인데, 그런데 어째서인지 정신이 너무 맑아져 잠도 오지 않는다. 게다가 방정맞은 딸꾹질은 멈출 줄도 모르고 계속 울리기만 했다. 덕만은 허둥거리는 손으로 등을 잡고 침상으로 다가가려고 했다. 그러나 마침 아슬아슬하게 남아있던 촛불이 꺼지고, 덕만은 제 치맛자락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요란하게 구르는 소리가 방안에 울렸다. 이 소란 덕에 밖에 있던 나인이 움직이는 기척이 들려왔다.
"공주님? 무슨 일이십니까?"
"아, 아, 아, 아무 것도, 히끅! 아니, 아니...!"
"공주님? 거기 누구 없습니까, 공주님께서!"
"아니, 아닙니, 히끅, 아니에요, 괜, 히끅!"
덕만은 황급히 열이 확 올라 화끈거리는 얼굴을 가리려고 애를 쓰며 밖에 있던 나인을 말리려고 했다. 그러나 나인은 안에서 무슨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진 줄 착각하고 계속 누군가를 찾았다. 덕만은 나인을 만류하려고 손을 저었지만 그런 그녀의 노력이 무색하게도 사람들의 목소리는 하나 둘 늘어만 갔다.
딸꾹질은 멈추지 않았고, 빨갛게 된 얼굴도 원래대로 돌아올 줄 몰랐다. 덕만은 이 일생일대 최대의 난관을 어떻게 해쳐나가야 할지 몰라 당황하고만 있었다.
-
'미~~~친~~~거~~~아냐!?'
비담은 속으로 수천번 수만번 그리 되뇌이며 밤의 왕궁을 달렸다. 그는 어떤 목적지도 가지지 않은 채 그저 경비병에게만 들키지 않을 정도로 달리고 있었다. 새빨갛게 물든 얼굴을 한 그는 지금 어느 누구도 만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겨우겨우 달려서 도착한 곳은 왕궁 한쪽 구석에 있는 우물터였다. 거기에 그냥 머리를 박아버린 비담은 부글부글하니 거품을 내며 한동안 떠오르지 않았다. 죽었나 싶은 생각이 들 때쯤에 얼굴을 든 비담은 도무지 말을 할 정신이 못 되었다.
그저 얼굴을 한 번 보고 싶어 찾아갔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런 자신도 모르는 행동을 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비담은 입술의 감촉을 다시금 떠올리고는 괴성을 내질렀다.
그리곤 다시 잠수.
또 한참을 떠오르지 않았다.
겨우 제정신을 차릴 쯤에는 달이 서산으로 거의 넘어가고 있는 사경쯤이었다. 안정을 찾은 비담은 물을 한바가지 떠서 벌컥벌컥하니 쉬지 않고 마셨다. 냉수로 겨우 속이 시원해지자 머리도 냉정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러자 떠오르는 고민사항은 딱 하나였다.
'내일 어떻게 얼굴을 보지?'
황망한 눈으로 달을 쫓던 그는 이게 바로 닭쫓던 개의 심정이구나 싶었다. 뭔가 감상이 상당히 틀린 것 같지만 그의 입장에서는 같은 것이었다. 맛 좋은 백숙이 눈앞에 있어서 조금만 보자~하고 열었다가 자기도 모르게 한다리 낚아채고는 먹어버린 기분이다. 그리고 남은 걸 모두 스승님에게 곧 빼앗기는 그런. 이건 어디 가서 항의도 못하고 그저 제 머리나 쥐어뜯으며 고민해야할 사항이었다.
'스승님은 하고 많은 것 중에 왜 이런 일에 대한 대처법은 안 가르쳐주신 거지? 이런, 좀, 실용적인 것도 가르쳐 주셨으면 좋았잖아~!'
비담은 애꿎은 스승님만 탓해보며 바닥을 뒹굴었다. 어찌되었든 내일 첨성대 현장에 가면 좋든 싫든 덕만을 만나게 될 일이었다. 그때까지는 어떻게 해서든 해결책을 만들어야 했지만, 지금의 비담으로서는 요원한 일이었다.
바닥을 구르는 비담에게는 저 하늘에 떠 있는 달이 이런 한심한 놈 하고 혀를 차는 것처럼만 보였다.
# by | 2009/11/06 00:55 | 선덕선덕 | 트랙백 | 덧글(0)

















